서기 8세기 중반, 한반도에는 마치 두 개의 태양이 떠오른 듯, 남과 북의 두 나라가 나란히 역사상 가장 찬란한 문화적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남쪽의 통일신라는 오랜 전쟁을 끝내고 불교 예술의 정수인 불국사와 석굴암을 빚어냈고, 북쪽의 발해는 고구려의 기상을 이어받아 '바다 동쪽의 융성한 나라'라는 뜻의 '해동성국(海東盛國)'이라 불리며 위세를 떨쳤습니다. 서기 750년경은 어느 한쪽의 시대가 아닌, 남북국(南北國)이 각자의 방식으로 문화와 국력의 최정점에 도달했던, 우리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 평화로운 시대 중 하나였습니다.이 시기는 거대한 정복 전쟁이나 영웅의 서사 대신, 한 재상의 지극한 효심이 빚어낸 위대한 건축물, 아이를 희생시켜 만들었다는 슬픈 전설의 종, 그리고 드넓은 제국을 안정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