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기 300년, 4세기의 문을 여는 이 시점의 한반도는 낡은 시대를 밀어내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거대한 전환기였습니다. 북쪽의 고구려에서는 신하들이 폭군을 몰아내고, 소금장수로 숨어 지내던 왕손을 찾아내 왕위에 올리는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남쪽의 신라는 '사로국'이라는 옛 이름을 버리고 '신라'라는 새로운 국호를 채택하며 국가적 포부를 천명했습니다. 격동의 시대, 삼국은 각자의 방식으로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를 향한 첫발을 내딛고 있었습니다.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중국 대륙의 극심한 혼란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통일 왕조였던 서진(西晉)이 무너지며 수많은 북방 민족이 국가를 세우는 '5호 16국 시대'가 시작된 것입니다. 이는 고구려에게 400년간 자신들을 억압해 온 한나라의 군현(郡縣) ..